송찬호

모란이 피네

공산(空山) 2017. 9. 7. 14:42

   모란이 피네

   송찬호

 

 

   외로운 홑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잇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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