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네
송찬호
외로운 홑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잇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