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산다
송찬호
그는 전쟁과 독재 시절의 과거에서 왔다
어느 장의사가 못질을 잘못한
대지의 관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헝클어진 머리
천 개의 캄캄한 밤을 이미 본 듯한 퀭한 눈
더구나 오래 씻지도 않은 것 같았다
검푸른 이념의 곰팡이가
보기 흉하게 온몸을 덮고 있었다
그는 가끔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어깨 위 허공으로
바나나와 사과를 건네기도 하였다
한참 거리를 쏘다니다
쇼윈도 거울 앞에 이르러
자신의 어깨가 조금 기우뚱한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그는 히죽 웃으며, 오른쪽 어깨 위의 귀신을 왼쪽 어깨로 옮겨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