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귀신이 산다

공산(空山) 2017. 9. 7. 14:43

   귀신이 산다

   송찬호

 

 

   그는 전쟁과 독재 시절의 과거에서 왔다

   어느 장의사가 못질을 잘못한

   대지의 관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헝클어진 머리

   천 개의 캄캄한 밤을 이미 본 듯한 퀭한 눈

   더구나 오래 씻지도 않은 것 같았다

   검푸른 이념의 곰팡이가

   보기 흉하게 온몸을 덮고 있었다

 

   그는 가끔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어깨 위 허공으로

   바나나와 사과를 건네기도 하였다

 

   한참 거리를 쏘다니다

   쇼윈도 거울 앞에 이르러

   자신의 어깨가 조금 기우뚱한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그는 히죽 웃으며, 오른쪽 어깨 위의 귀신을 왼쪽 어깨로 옮겨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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