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송찬호
산 너머 사는 사슴들의 천도(遷都)소식이 들린다
이제 사슴의 나라도
한 도읍에서
백 년을 버티지 못하는가 보다
하늘이 소란하다 남쪽을 향해 날던 철새들이
공중을 움푹 파고
거기다 죽은 새를 묻는다
그들은 갈 길이 멀어 지상에 내려와 장례를 치를 시간이 없다
정원을 다스리던 나무의 왕도
열 걸음을 걷지 못한다
그는 늙었다
이제 모든 게 시들었다
지난 여름 수수께끼의 포도 씨앗을
누가 가장 멀리 뱉었는지 모두들 까맣게 잊었다
박태기나무 그늘에 묻혀 있던 녹색 의자도 벌써 치워버렸다
이 소읍의 소문은 빠르다 부도난 은행과 여관이 몰래 도망가다
맹렬한 첫추위에 잡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이다
풍속(風俗)이 점점 어두워진다
이제 불을 켜자
—「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 201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