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쿤데라를 생각함 고현정 세계 풍물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점 안에 모형낙타가 탁자 위에 우뚝 서 있다 아무도 들쳐 봐 주지 않는 책들을 풀죽은 그들의 이마를 모형낙타는 측은한 눈빛으로 멈추어 서서는 목에서 가슴까지 곧게 뻗은 털을 휘휘 저으며 둘러보고 있다 권태로운 오후 두 시의 사막을 걷고 있던 나는 네 모습에 빨려들 듯 단숨에 다가간다 카멜색의 길고 부드러운 잔등의 털 네 개의 발과 발톱들, 두 눈은 흙빛 플라스틱이다 먼 길을 걸어 오느라 많이 닳아 있다 튀어나온 코와 그 아래엔 구멍은 뚫려 있지 않고 정교하게 붓으로 모양만 그려져 있다 그러나 네 개의 다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사람만이 찾는 책의 사막을 단단히 딛고 서 있다 사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