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시

론 파젯의 「한 소절」 감상 - 송재학

공산(空山) 2024. 10. 7. 19:18

   한 소절
   론 파젯
 
 
   흘러간 노래가 있다
   할아버지가 흥얼거리시던 노래
   이런 질문이 나온다,
 
   "아니면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같은 노래에
   같은 질문이 나온다 
   노새와 돼지로
   단어만 바꾼
 
   그런데 종종 내 머릿속에
   맴도는 소절은 물고기 부분이다
   딱 그 한 소절만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마치 노래의 나머지는
   노래 속에 없어도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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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사는 시인 패터슨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화 〈패터슨〉은 짐 자무시의 연출작이다. 영화에서 공개되는 7편의 시는 짐 자무시의 친구인 뉴욕파의 시인 론 파젯이 영화를 위해 작업한 것이다. 주인공 패터슨은 늘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노래 중에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라는 구절이 자신에게 다가온 과정을 숙고한다. 어느 평론가의 패터슨 이야기에 공감하기에 그 부분을 옮겨 적는다. "같은 노래의 같은 질문에 단어만 바꾼 저 노래의 구절처럼 패터슨은 반복되는 일상들을 살아가는 가운데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의 순간을, 그 빛나는 시적인 순간들을 새 노트에 적은 것이다. 이런 관찰은 세상을 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애정을 기울여 보게 하는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 사물을 오래 바라보고 그것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세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시 본연의 가치이다."
 
  송재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