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담장 수리(Mending Wall) - 로버트 프로스트

공산(空山) 2017. 3. 14. 11:36

   담장 수리(Mending Wall)

   로버트 프로스트

 

 

   뭔지 담을 좋아하지 않는 게 있어,

   그게 담 밑의 언 땅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담 위의 돌들을 밖으로 굴러내리게 하지요.

   그래서 두 사람이 넉넉히 지나다닐 수 있는 틈을 만들거든요.

   사냥꾼들이 하는 짓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들이 담을 다 망가뜨리고 지나간 뒤

   나는 그걸 수리한 적이 있지만

   허나 그들은 토끼를 몰아

   짖어대는 개들을 즐겁게 해주거든요.

   내가 지금 말하는 틈은

   누가 그랬는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봄에 수리하다 보면 그렇게 돼 있단 말예요.

   나는 언덕 너머 사는 이웃집에 알리고,

   날을 받아 만나서 두 집 경계선을 걸으며

   두 집 사이에 다시 담을 쌓아 올리죠.

   우리는 우리 사이에 담을 유지해요.

   담 양쪽에 떨어진 돌들을 서로가 줏어올려야 하구요.

   어떤 돌은 모가 나서 넓적하고 어떤 건 거의 공 같아서

   우리는 그것들을 올려놓으며 주문을 다 외워야 해요.

   '우리가 돌아설 때까지 제발 떨어지지 말아다오!'

   돌을 만지느라고 손이 거칠어집니다.

   뭐 그저 양쪽에 한 사람씩 서서 하는

   좀 색다른 야외 놀이지요. 좀더 갑니다.

   그러면 담이 소용 없는 곳이 나오지요.

   저쪽은 전부 소나무고 이쪽은 사과나무예요.

   내 사과나무가 경계선을 넘어가

   떨어진 솔방울을 먹지는 않겠지요, 하고 그에게 말합니다.

   그는 단지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되지요'라고 말할 뿐이예요.

   봄은 나에게는 재난의 계절, 그래서 나는 혹시

   그를 깨우쳐 줄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요.

   '왜 이웃끼리 사이가 좋아야 하나요?

   소를 기르는 곳에서나 그렇지 않아요? 여기서는 소도 없는데요 뭐.

   담을 쌓기 전에 알고 싶어요.

   내가 도대체 담으로 무엇을 막으며

   누구를 해롭게 하고 싶어 하느냐에 대해서 말이죠.

   뭔가 담을 싫어하는 게 있어서

   그게 담을 무너뜨리고 싶어합니다.' 나는 그에게 '요정이예요'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게 꼭 요정인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나는

   그가 스스로 알게 되기를 바라지요.

   나는 그가 구석기시대의 야만인 처럼

   양쪽 손에 돌을 잔뜩 거머쥐고 옮기는 걸 봅니다.

   내가 보기엔 그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요,

   숲이나 나무 그늘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그는 자기 아버지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고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되풀이합니다.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