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녁때(Abend)

공산(功山) 2020. 12. 26. 13:15

   저녁때(Abend)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녁은 서서히 옷을 바꾸어 입는다.

   오래된 나무가 그 한 끝을 잡고 있었다.

   그대는 본다. 토지들이 둘로 갈라지는 것을,

   하나는 하늘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떨어지고.

 

   그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아,

   말없는 집처럼 어둡기만 하지도 않고,

   밤마다 별이 되어 오르는 어떤 것처럼,

   틀림없는 영원함을 약속하지도 않고.

 

   말로 할 수 없게 풀어주면서도 그대의

   삶을 불안하게, 엄청 크게, 성숙하게 하여

   경계를 지으면서, 한껏 거머쥐면서,

   그대의 삶은 그대 안에서 돌이 되고 별이 된다.

 

 

   --「형상집(Das Buch der Bi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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