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정오의 마을

공산(空山) 2016. 3. 9. 22:09

   정오의 마을…

              에르네스트 카이으바르에게

 

 

   정오의 마을. 금파리가 황소뿔 사이에서

             윙윙대며 날고 있다.

             우리는 가리라, 네가 좋단다면,

   네가 좋단다면, 단조로운 들판으로 가리라.

 

   수탉 우는 소리를 들어 봐…… 공작 우는 소리를 들어 봐…… 종소리를 들어 봐……

           그리고 저기, 저기 당나귀 우는 소리를 들어봐……

           까만 제비 한 마리가 높이 떠돌고 있다.

   저 멀리로 리봉처럼 이어 서 있는 포플러나무들.

 

   이끼에 쏠리듯 뒤덮여 있는 우물! 따르륵대는

             우물 도르래 소리를 들어 봐. 아직도

             따르륵댄다. 금발의 소녀가 도르래 줄로

   끌어올리는 낡은 검은 물통에서 흩어져내리는 은빛 물방울.

 

   소녀는 금발 머리 위의 물단지를 약간

             기울게 하는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복숭아 꽃들 밑에서 화사한

   햇빛에 섞이는 주름장식 같은 금발.

 

   마을의 검은 지붕 위에서 푸른 하늘로

             푸른 송이처럼 반사되는 하늘의 구름.

             경련하는 듯한 지평선에서

   나무들은 게으르게 일렁이고 있는데.

 

 

 

   Francis Jammes (1868.12.2 ~ 1938.11.1)

   프랑스의 스페인 國境에 가까운 Tournay에서 출생, Hasparren에서 별세.

'프랑시스 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당나귀가 좋아  (0) 2016.03.11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0) 2016.03.11
시냇가 풀밭은  (0) 2016.03.09
이제 며칠 후엔  (0) 2016.03.09
너는 裸身이리  (0)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