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햇볕 속의 나무딸기들 사이로

공산(空山) 2016. 3. 8. 23:07

   햇볕 속의 나무딸기들 사이로…

 

 

   햇볕 속의 나무딸기들 사이로, 하늘의 푸름 아래

   꿀벌들이 잉잉대는 과수원 속을 나는 가고 있었지.

   내 나이 아주 젊을 때의 이야기라오.

   내가 태어난 곳은 산들이, 산들이 높이 솟은 옆.

   그래 이제 난 정녕 느낀다오, 내 영혼 속에

   눈(雪)이 있고, 무서리 빛깔의 도랑이 있고,

   깨어져 나간 높은 산봉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취할 것 같은 大氣 속에, 눈(雪)과 도랑을 후려치는

   바람 속에 猛禽들이 떠도는 산봉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아무렴, 난 정녕 느낀다오, 내가 산을 닮았다는 것을.

   내 슬픔은 산에서 자라는 용담 색깔.

   우리 집안 조상들엔 아마추어 식물 채집가들이 있었을 거요.

   지독히 더운 오후, 초록색 벌레 색깔의 채집통을 메고

   써늘한 숲속 그늘 속으로 희귀한 표본 찾아

   빠져 들어가는 그런 식물채집가들이.

   잠 재울듯 시원한 噴水들이 있는 희한한 바그다드

   마법사들이 가진 옛날 보물들과도 그들은

   그 표본들을 안 바꿨을 거요.

   무지개의 다정함을 내 사랑은 지녔다오,

   사월달 비 갠 뒤 태양이

   노래하는 그런 무지개의 다정함을.

   어째서 난 지금 같은 생활에 이르렀을까?……

   夕陽의 평화로 사람들이 커지는 시간,

   가축 떼가 흩뿌리는 눈 속에서

   긴 지팡이 짚고 산봉우리 위에서 살도록

   난 돼 있지 않았던가?

'프랑시스 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 속, 울퉁불퉁하고  (0) 2016.03.09
조용한 숲 속에  (0) 2016.03.08
집 안은 장미와 말벌들로  (0) 2016.03.08
치이즈 냄새 나는  (0) 2016.03.08
내 마음 속의 모든 슬픔을  (0) 201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