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집 안은 장미와 말벌들로

공산(空山) 2016. 3. 8. 22:47

   집 안은 장미와 말벌들로…

 

 

   집 안은 장미와 말벌들로 가득 차 있겠지.

   오후엔 晩禱의 종소리가 들려오리라.

   투명한 돌 색의 포도 송이들은 태양 아래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늘 속에서 잠자듯이 보이리라.

   그 가운데서 난 너를 얼마나 사랑하랴!

   스물 넷의 내 온 마음, 잘 꼬집는 내 정신 그리고

   내 오만과 흰 장미의 내 詩를  네게 바치리.

   하지만 난 널 알지도 못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너.

   다만 나는 아노라, 네가 살아 있고 나처럼

   草原 깊숙히 지금 여기 있다면,

   황금색 꿀벌들 나르는 밑에서 우린 웃으며 입맞추리라는 걸.

   서늘한 시내 옆, 깊숙한 나무 밑에서 입맞추리란 걸.

   들리는 건 따거운 햇빛 뿐이리.

   네 귀 위엔 개암나무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우린

   아무도 이야기 못하는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하려 웃음을 멈추고

   입을 섞으리. 그래 난 네 붉은 입술 위에서 찾으리라,

   황금색 포도 송이의 맛을, 붉은 장미와 말벌의 내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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