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엄마 걱정 - 기형도

공산(空山) 2015. 11. 18. 14:24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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