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목로 술집의 모스크바 - 예세닌

공산(空山) 2016. 2. 3. 23:20

   목로 술집의 모스크바

   예세닌

 

 

   그렇다! 이제는 결정된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는 일이 없게

   나는 고향의 들판을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날개 같은 잎으로

   내 머리 위에서 미류나무가 소리를 내지는 않으리라

 

   내가 없는 동안

   나지막한 집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릴 것이고

   내 늙은 개는 오래 전에 죽어버렸다

   구불구불한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

   죽는 것이 아무래도 내 운명인 성싶다

 

   나는 이 수렁 같은 도시를 사랑하고 있다

   설사 살갗이 늘어지고 설사 쭈글쭈글 늙어빠졌다손 치더라도

   조는 듯한 황금빛의 아시아가

   성당의 둥근 지붕 위에서 잠들어 버렸다

 

   밤에 달이 비치고 있을 때

   달이 비치고 있을 때제기랄,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고개를 떨구고 간다

   골목길을 따라 단골 목로술집으로

 

   소름을 끼치게 하는

   이 굴 속에는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소리

   그러나 밤을 새워가며 샐녘까지

   나는 창녀들에게 시를 읽어주며

   불한당들과 보드카를 들이킨다

 

   심장은 차츰 세차게 고동친다

   나는 이제 알지 못할 말을 한다

   '나는 당신네와 똑같이 구제받지 못할 자이다

   나는 도로 물러갈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나지막한 집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릴 것이고

   내 늙은 개는 오래 전에 죽어 버렸다

   구불구불한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

   죽는 것이 아무래도 내 운명이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