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나는 첫눈 속을 거닌다 - 세르게이 예세닌

공산(空山) 2016. 2. 3. 23:17

   나는 첫눈 속을 거닌다

   세르게이 예세닌

 

 

   나는 첫눈 속을 거닌다

   마음은 생기 넘치는 은방울꽃들로 가득 차 있다.

   저녁이 나의 길 위에서

   푸른 촛불처럼 별에 불을 붙였다.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이 빛인지 어둠인지?

   무성한 숲 속에서 노래하는 것이 바람인지 수탉인지? 어쩌면 들판 위에 겨울 대신

   백조들이 풀밭에 내려앉는 것이리라.

   아름답다 너, 오 흰 설원이여!

   가벼운 추위가 내 피를 덥힌다!

   내 몸으로 꼭 끌어안고 싶다.

   자작나무의 벌거벗은 가슴을.

   오, 숲의 울창한 아련함이여!

   오, 눈 덮인 밭의 활기참이여!

   못 견디게 두 손을 모으고 싶다.

   버드나무의 허벅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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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쎄닌(С. А. Есенин, 1895~1925) : 예쎄닌은 상징주의에서 시적 기술을 배웠고, 여기에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덧붙였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목동 생활을 한 그는 민중 시인으로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소련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련의 혁명 과정들은 한가로운 목가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공장과 발전소들이 건설되고, 공산주의자들은 농민들의 성스러운 러시아를 파괴하는 일에 열성을 다하였다. 예쎄닌은 처음에 이런 잔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과 시를 그 현실에 적응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개인과 시인 중 어느 것으로도 시대와 조화를 이룰 수 없었다. 우울증 발작에서 흥청거리는 음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쎄닌의 시에는 두 가지 중요한 면이 있다. 농촌의 서정 시인과 방랑하는 농민 시인의 두 가지 모습이다. 그는 혁명 때문에 상처 받은 모든 세대를 노래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생을 파멸시키고, 그를 비극적 종말로 이끌었던 모순은 당시 소련의 수많은 젊은 남녀의 모순과 유사했다. 그들은 예쎄닌의 슬픔과 체념의 시에서 자신들의 삶과 불만을 읽었다.

   그가 사망하였을 당시 매우 인기가 높았는데 그의 작품은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선언되었다. 도덕적 약점과 타락, 여성적인 연약함, 절망적인 수동성 등을 담고 있다며 스탈린 치하에서 탄압을 받았지만 이러한 탄압도 러시아 민중들의 문학적 감상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는 20년대의 탁월한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고, 여전히 러시아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는 시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마지니즘 [Имажинизм]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러시아문학, 2013. 11., 인문과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