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 - 세르게이 예세닌

공산(空山) 2016. 2. 3. 23:23

   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КЛЕН ТЫ МОЙ ОПАВШИЙ)

   세르게이 예세닌

 

 

   낙엽을 흩뿌린 단풍 나무여, 얼어붙은 단풍나무여

   어째서 하얀 눈보라 속에 몸을 굽히고 서 있나요

   아니면 무언가를 보았나요, 아니면 무슨 소리를 들었나요.

 

   시골 저편으로 산보라도 나가는것 같아요

   마치 술에 취한 문지기처럼

   길가에 눈더미에 빠져 다리가 얼어붙은 것 같아요.

 

   아, 요즘 웬일인지 나약해진 나는

   술잔치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고

   갯버들을 만나고, 소나무를 바라보고

   눈보라 속에서 그들에게 여름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나는 마치 한 그루의 단풍 나무 같아요.

   낙엽을 흩뿌린 단풍잎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 초록빛으로 남으려는,

   겸손을 잃어 버리고 완전히 바보가 되어

   마치 타인의 아내인 듯 자작나무를 껴안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