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바람아 나를 묻어 다오 - 안나 아흐마또바

공산(空山) 2016. 2. 3. 17:09

   바람아 나를 묻어 다오

   안나 아흐마또바

 

 

   바람아 나를 묻어 다오

   정든 이 아무도 오지 않고

   떠도는 저녁과

   대지의 고요한 숨결만 찾아든다.

 

   너처럼 자유로웠던 나

   너무도 살고 싶었다.

   바람아, 보아라,

   아무도 돌볼 이 없는 차디찬 내 육신을.

 

   저녁이 만들어 준 어둠의 옷으로

   이 검은 상처를 덮어 다오.

   내 위에서 시를 읽어 다오.

   푸른 안개를 말해 다오.

 

   마지막 잠이 들

   외로운 내 영혼을 위하여,

   나의 봄을 위하여,

   키다리 사초莎草처럼 울어 다오, 바람아!

 

 

   (19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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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안드레예브나 아흐마또바 :1889-1966 (본명 고렌고) 남러시아의 오데사 근처에서 출생. 러시아의 민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