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 (白鶴)
라술 감자토비치 감자토프
가끔 생각하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잠시 고향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백학으로 변해 버린 듯하여
그들은 그 옛적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그리고 우리를 불렀어
그래서 우리는 자주 슬픔에 잠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잊는 건 아닐까?
오늘 석양이 저물어 갈 무렵
안개 속의 학들이
마치 땅 위의 사람들이 다리를 끌며 가듯,
대오를 지어 날아가고 있구나
날아가네, 기나긴 여정을
꺼이꺼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혹 그래서 우리 아바르말이 개벽 이래
학의 소리와 닮은 것이 아닐까?
날아가네, 날아가네, 저 하늘에 지친 학의 무리
내 지난 친구들과 혈육들이
무리지은 대오의 그 조그만 틈새,
그 자리가 혹 내 자리는 아닐런지!
그날이 오면 학들과 더불어
나는 회정색의 그 어스름 속을 날아가리,
대지에 남겨 둔 그대들 모두를
천상 아래 새처럼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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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鶴)
감자토프(Rasul Gamzatov, 1923~2003)
가끔 생각하네
전선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실은 눈처럼 흰 학이 된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전부터 그 계절이면
학들이 높이 울며 날아갔던 듯싶어
우리도 먼 울음소리에 눈물 글썽이며
하늘을 바라보았던 듯싶어
날아가네 저 하늘 학의 무리들
멀어져 더는 보이지 않네
이승의 삶 마치는 날
나도 그 속의 한 마리 학이 되리
아픔도 근심도 다 벗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겠네
무리에 나도 섞여, 새로 배운 말로
옛 친구들의 이름 하나씩 불러보겠네
지상에 남은 그대들의 이름도 불러보겠네
나는 가끔 생각하네
전선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눈처럼 흰 학이 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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