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벚꽃, 가난, 아나키스트 - 장석주

공산(空山) 2024. 6. 12. 21:47

   벚꽃가난아나키스트

   장석주 (1954~ )

 

 

   벚꽃 하얗게 분분히 지고

   꽃진 자리에 초록 잎들이 올라온다.

   올해의 슬픔은 다 끝났다.

   열심히 살 일만 남았다.

 

   가난은 빛이 모자란 것,

   구두 밑창이 벌어지는 슬픔을 모르는 것,

 

   해질녘엔 실밥 묻은 옷을 입고

   벚꽃 분분히 진 길을 걸었다.

 

   살강의 접시들과 저녁밥 짓던 형수,

   옛날의 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나 잘못 살지 않았으나

   저 초록 잎만큼 후회가 많구나.

 

   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가?

   자하얀 달을 받아라.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 한기팔  (0) 2024.06.14
바다 옆에 집을 짓고 - 한기팔  (1) 2024.06.14
세상 가장 작은 뼈에게 - 정끝별  (0) 2024.05.30
노각 - 유종인  (0) 2024.05.27
후남 언니 - 김선향  (0)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