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가난, 아나키스트
장석주 (1954~ )
벚꽃 하얗게 분분히 지고
꽃진 자리에 초록 잎들이 올라온다.
올해의 슬픔은 다 끝났다.
열심히 살 일만 남았다.
가난은 빛이 모자란 것,
구두 밑창이 벌어지는 슬픔을 모르는 것,
해질녘엔 실밥 묻은 옷을 입고
벚꽃 분분히 진 길을 걸었다.
살강의 접시들과 저녁밥 짓던 형수,
옛날의 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나 잘못 살지 않았으나
저 초록 잎만큼 후회가 많구나.
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가?
자, 하얀 달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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