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한기팔 (1937~2023)
눈이내리다 갠 날 아침
그 아득한 푸름 속을
새 몇 마리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있네
온 천지가 한 색깔이니
날아갈 하늘이 없네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이 환한 화엄 속을
늙은 선승이 혼자서
길을 가고 있네
전 우주가 다 보이니
선과 악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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