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입구
권상진(1972~ )
별을 향해 걷다 보면 걸어서는 끝내 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맘발맘 걸어서 다다른 종점 근처에 아직도 저만큼 떠 있는 별
보폭이 같은 사람들과 웃고 울다가 누가 걸음을 멈추면 그이를 땅에 심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별의 입구
일생 딱 한 번 축복처럼 열리는 작은 문
함께 걷던 이들이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 문 앞에 떨궈놓고 이내 총총 흩어진다
그런 밤은 먼 하늘에서 배를 한 척 보내와 무덤과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해 있다가
그믐이 되면 그달 무덤까지 내려와 멈춘 걸음들을 서쪽 하늘로 데려간다
그리운 눈을 하고 가만히 보면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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