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새로운 기쁨 - 유계영

공산(空山) 2023. 8. 25. 21:02

   새로운 기쁨 

   유계영

 

​   그런 나라에는 가본 적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본 적 있어요

   나의 경험은 아침잠이 많고 새벽에 귀가합니다 잎사귀를 다 뜯어먹힌 채 돌아옵니다

   안다고 말하고 싶어서 차바퀴꿈은 많이 꿉니다 황봉투에 담긴 얇고 가벼운 꿈인데

   낮에는 구청 광장에 우두커니 서서

   감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까치가 까치밥을 쪼는 것을 보고

   밤에는 하염없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트빌리시 바르샤바 베오그라드

   그런 도시에는 가본 적이 없고

   까치가 나뭇가지를 툭 차면서 날아가는 것은 낮에 본 것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는 것같이

   팔이 떨어져라 흔들리는 잎사귀들이라면 밤에 본 것

   나의 경험은 내내 잠들어 있습니다 다시는 일어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죽어서도 보고 있다면 죽은 것이 아닌데 자꾸 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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