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본다 - 조성국

공산(空山) 2023. 8. 22. 10:46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본다

   조성국(1963~ )

 

 

   산불에 타면서
   꿈적 않고 웅크린 까투리의 잿더미
   요렁조렁 들추다 보니
   꺼병이 서너 마리
   거밋한 날갯죽지를 박차고 후다닥 내달린다
   반 뼘도 안 되는
   날개 겨드랑이 밑의 가슴과 등을 두르는 데서
   살아남은 걸 보며
   적어도 품이라면
   이 정도쯤은 되어야지, 입안말하며
   꽁지 빠지게 줄행랑치는 뒷덜미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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