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본다
조성국(1963~ )
산불에 타면서
꿈적 않고 웅크린 까투리의 잿더미
요렁조렁 들추다 보니
꺼병이 서너 마리
거밋한 날갯죽지를 박차고 후다닥 내달린다
반 뼘도 안 되는
날개 겨드랑이 밑의 가슴과 등을 두르는 데서
살아남은 걸 보며
적어도 품이라면
이 정도쯤은 되어야지, 입안말하며
꽁지 빠지게 줄행랑치는 뒷덜미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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