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도굴 - 이덕규

공산(空山) 2023. 9. 14. 10:05

   도굴

   이덕규(1961~ )

 

 

   둥근 마제석기처럼
   캄캄하게 봉인된 하늘 한끝을
   누가 무쇠 날로 쳐서
   이 밤, 허공에 새파랗게
   불꽃을 일으켜세우나

 

   누가, 잊힌
   아득한 사람 하나 캐내자고
   겹겹의 먹구름 묘혈을
   저리 밤새 허무나

 

   간밤 빗물에 씻겨 드러난
   낯이 흰 돌멩이
   젖은 한쪽 뺨이 이른 햇살에
   말갛게 빛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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