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유기동물 보호소 - 김명기

공산(空山) 2023. 6. 5. 21:04

   유기동물 보호소

   김명기(1969~)

 

 

   버려진 개 한 마리 데려다 놓고
   얼마 전 떠나버린 사람의
   시집을 펼쳐 읽는다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
   시만 한 게 없지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다
   갈피를 꽂아 두었던
   시의 가장 아픈 문장에
   밑줄을 긋고 나니


   남은 문장들이 일제히 눈가에 젖어든다
   슬픔은 다 같이 슬퍼야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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