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딱새 놀다 가는 - 김용만

공산(空山) 2023. 4. 26. 21:32

   딱새 놀다 가는

   김용만

 

       

    야트막한 야산이 하나 있음 좋겠다

    약간 경사가 져도 좋겠다

    듬성듬성 돌이 박힌 양지면 더욱 좋겠다 

    흙과 돌멩이 모으고 가려 쌓으며

    힘써 개간하고 싶다

    따그락따그락 호미 끝을 세워

    서늘히 땀에 젖고 싶다

    가르마 같은 밭고랑을 타

    딱새 놀다가는

    빈 밭이어도 좋을

    돌이랑 흙이랑 한나절 놀고 싶다

    산그늘 따라 신발 털고 돌아와

    긴 겨울밤

    무심히 단잠에 빠지고 싶다

 

 

    ―《공정한시인의사회》 202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