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소금창고 - 이문재

공산(空山) 2023. 3. 14. 09:08

   소금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제국호텔』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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