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역(驛) - 한성기

공산(空山) 2023. 3. 1. 07:20

   역(驛)

   한성기 (1923~1984)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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