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아침 - 박경리

공산(空山) 2023. 2. 11. 19:20

   아침

   박경리(1926~2008)

 

 

   고추밭에 물주고

   배추밭에 물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워 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새끼

   한참 들여다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스 들고 달려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목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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