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세상에 처음 오신 분을 환영함

공산(空山) 2023. 2. 21. 20:51

오늘 아침 여덟 시 조금 지나 세상에 처음 오신 어여쁜 사람 한 분. 아직 이름도 부여받지 못한 그이는 바로 나의 손녀다. 부모가 서울 근교에 살고 있어서 그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는데, 덕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아내와 나는 멀리서 몇 장의 사진과 짧은 동영상으로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화창하고 푸근한 이른봄 날씨가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해 주었다. 우리 온 가족도 새 식구를 맞이하여 축복을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야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다. 그리고 오기를 참 잘 했다. 세상은 아무튼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곳이니! 

엄마 배 속에 비해 세상이 너무 밝은지 아직 눈을 감은 채 강보에 싸여 있었지만, 짙은 머리숱과 밝은 얼굴빛이 태어난 지 몇 달 지난 아이 같았다. 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에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생명력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상서로운 광채를 거느리고 봄의 대지를 뚫고 나온 새싹같이. 그런데, 아기가 혼자 덩그마니 누워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새끼가 어미의 품속을 파고드는 것은 모든 포유동물들의 본능일 텐데, 아무리 모자위생과 건강을 우선시한다는 병원이라 해도 저렇게 서로를 떼어놓는 건 순리를 어기는 처사 아닌가.

나로선 오래 전 두 아들 탄생을 지켜본 이래 이번이 세 번째의 탄생을 맞이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아들세대의 탄생에 못지않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것이 손자세대의 탄생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또 그 먼 옛날에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너덧은 기본이고 여덟아홉까지도 낳던 베이비붐 시대의 한복판에서 13년 만에 뒤늦게 아들 하나 겨우 얻으셨던 그 환희가 대관절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동안 아들 부부로부터 출산일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소식을 수시로 들어 왔지만, 아내와 나는 일부러 출산 때는 가지 않기로 했었다. 아무래도 멀리 있는 시부모보다는 가까이 있는 친정부모가 산모에겐 더 만만하고 편할 테니까. 그리고 요즘은 병원에서 다 보살펴 주어서 가족이 할 일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할 테니까. 산모는 1주일 후 병원에서 퇴원하고 다시 산후조리원에서 2주 정도 지낸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산모가 퇴원하게 되면 집으로 손녀를 만나러 갈 계획이다. 그때를 위해 Tdap(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까지 맞아 두었다.
 
 

세상이 너무 밝은지 첫날엔 눈을 뜨지 않았다.
이튿날 눈을 뜬 모습
5일째엔 면회하러 온 엄마를 쳐다보고 웃는 듯하다.
3월 10일 남양주에 가서 이튿날 아기와 산모를 만나고 왔다.
3월 26일
4월 6일
52일째(2023. 4. 14.)
4. 18.
70일째
100일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