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홀로 아닌 홀로 - 정채원

공산(空山) 2022. 12. 17. 10:59

    홀로 아닌 홀로

    정채원

 

 

    얼음과 먼지투성이 행성이 돌고 있다고

    보이저호를 타고 가도 10만 년 거리라고

 

    내 주위를 돌고 있는

    다른 별이 있다는 걸 나도 알 수 있지

    홀로 있어도

    자주 흔들리니까

    이따금 뜨거운 흐느낌이 밀려오니까

 

    익룡이라도 되어 쥐라기 때

    그를 향해 출발했더라면

    지금쯤 만났을지도 몰라

 

    다른 별의 파편이 수없이 박혀 있는

    그 별의 표면 온도는 영하 170도

    두 팔 힘껏 벌려도 안을 수 없는

 

    대부분의 아픈 별들은 다른 별을 돌고 있어

    막막한 우주에서

    홀로 있지 않아

    오래 춥고 어지러운 밤이면

    나도 누군가를 맴돌고 있지

    얼어붙은 입김을 불어 내면서

    그의 한숨과 눈썹 표정을 받아쓰기도 하면서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천년의시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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