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11월 - 이영옥

공산(空山) 2022. 11. 25. 19:26

   11월

   이영옥(1960~ )

 

 

   나를 한 장 넘겼더니
   살은 다 발라 먹고 뼈만 남은 날이었다

 

   당신이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나의 마지막 외침을 흔들어 버리면
   새가 떨어진 침묵을 쪼아 올리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텅 빈 하늘 아래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는 누구인가

 

   깊고 깊어서
   부스러기도 없이
   뼈만 앙상하게 만져지는 기억들

 

   미처 사랑해 주지 못했던 사랑처럼
   남겨진 몇 개는
   그냥 두기로 했다

 

   오래된 노래처럼
   내 귓속에서 흥얼거리며 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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