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기잡이
김명인
열목어의 눈병이 도졌는지,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나와 내 어로(漁撈)가 궁금해지신다
그러면 나, 아버지의 계류에서 다시 흘러가
검푸른 파도로 솟아 뱃전을 뒤흔드는 심해에
낚시를 드리우고 바닥에 닿는
옛날의 멀미에 시달리기도 하리라
줄을 당기면 손 안에 갇히는 미세한
퍼덕거림조차 해저의 감촉을 실어나르느라
알 수 없는 요동으로 떨려올 때
물밑 고기들이 뱉어놓은 수많은 기포 사이를
시간은 무슨 해류를 타고 용케 빠져나갔을까,
건져올린 은빛 비늘의 저 선연한 색 티!
갓 낚은 물고기들 한 겹 제 물 무늬로 미끈거리듯
아버지의 고기잡이는 그게
새삼 벗어버리고 싶어지신 걸까,
마음의 갈매기도 몇 마리 거느리고
바다 생살을 찢으며 아침놀 속으로
이 배는 돌아갈 테지만
살아 있음이란 결코 지울 수 없는 파동, 그 숱한 멀미
가득 실었다 해도
모든 만선(滿船)은 쓸쓸하다, 마침내 비워내고선
무얼 싣기도 버거운 저기 조각달처럼!
-- 시선집 『아버지의 고기잡이』휴먼앤북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