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골목 - 진 란

공산(空山) 2022. 8. 2. 15:06

   골목

   진 란(1959~ )

 

 

   눈 깊어진 당신이
   귀 얇아진 당신이

 

   지난 시간의 흔적을 밟아온 휘파람 소리는
   은회색의 저녁, 긴 꼬리를 끌어당긴다
   사람꽃 져버린 자리,
   온기 없는 골목이 슬그머니 미끄러진다


   서쪽으로 밀린 구름들도 작당했는지

   물끄러미, 서슬이 붉다

 

   나 없이도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이다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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