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바다와 나 - 함성호

공산(空山) 2022. 6. 2. 21:38

   바다와 나

   함성호(1963~ )

 

 

   늘 누워있기만 하던 바다가

   어느 날에는 산처럼 일어나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나는 바지 속에 두 손을 넣고

   어린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참을 수 없는 호기심으로

   그 심연을 올려다 보았다

   너울나비

   그 깊은 우물 속을 항해하는

   정어리 떼 같은 은빛 울음으로

   나는 영영 알 수 없을 슬픔에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

 

 

  —『타지 않는 혀』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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