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김상동 「엄마 이야기」 월평 - 대구문학 175호(2022년 4월호)

공산(空山) 2022. 4. 14. 22:22

    (전략)

  「엄마 이야기」와 「번개시장」은 지나온 삶의 따스한 이야기다. 시인은 그 따뜻함이 그리운가 보다. 누군들 푸근하고 아름다운 인정이 있는 시절이 그립지 않겠는가. 우리는 코로나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면서 무엇보다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두 시가 눈에 들어 왔다.

 

      감 이파리 뚝뚝 서럽게 지는 밤

      홍시 한 광주리 가득 이고 나섰단다

 

      육십 리 산길 굽이굽이

      달과 납닥바리* 길동무 삼아

 

      문바우 지나고 파군치 지나고

      아양교도 큰고개도 다 지나서

      희끄무레 동트고 시장이 눈앞인데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깜빡 졸았는지 돌부리가 발을 걸었는지

      그 홍시 다 쏟고 말았으니

 

      달도 별도 무안해서 서둘러 이운 길을

      엄마는 빈 광주리처럼 터덜터덜

      해동갑하여 돌아왔으니

 

                                                  ㅡ 김상동, 「엄마 이야기」

 

   엄마는 홍시 한 광주리를 장에 내다 팔려고 육십 리 길을 걸어내려 왔는데, “시장이 눈앞인데” 돌부리에 채여 홍시를 다 쏟고 말았다. 그 허망함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무릎이 까졌을 텐데 아픈 것도 잊고 홍시 때문에 맘이 더 아팠을 것이다. 홍시가 얼마나 아까웠을까. 아마도 먹고 싶다는 자식들에게도 안 주고 멀쩡한 것들만 골라 고이 숨겨두었다가 장날에 내다 팔려고 기다렸을 텐데. 머리에 이고 내려오면서 몇 푼 안 되지만 이걸 팔아 자식들 좋아하는 뭐라도 하나 사주려던 희망이 허사가 되고 말았으니.

   “가득 이고 나섰단다”에서 시적화자가 대상과의 거리를 일정 유지하고 있음이 보인다. 그러나 “엄마”라고 호칭하고 있어 따스함과 친근함을 보여주고 있다. 속상하고 안타까운 엄마 마음을 “달도 별도 무안해서”라거나 “빈 광주리처럼 터덜터덜” 돌아왔다고 묘사해 감정이 넘치지 않게 잘 마무리했다. 화자의 엄마에게 그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멀고 먼 길이었겠다.

    (중략)

   시를 쓰는 일은 각자 개인의 마스크 쓴 얼굴을 걷어내고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시의 진정성이 스며들어 있어야 하는데 두 편의 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구체적인 상황과 맞물려 진정성이 묻어났다.

   박지영(시인)

 

 

대구문학 174호(202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