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다시 목련 - 김광균

공산(空山) 2022. 2. 19. 09:35

   다시 목련

   김광균(1914~1993)

 

 

   사월이 오면
   목련은 왜 옛 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
   어머님 가신 지 스물 네 해
   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잔디잎이 눈을 뜰 때면
   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

   하루 아침엔 날이 흐리고
   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나리더니
   목련은 한잎 두잎 바람에 진다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옛 집을 떠나
   내년 이맘때나 또 오시겠지
   지는 꽃잎을 두 손에 받으며
   어머님 가시는 길 울며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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