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집 - 안원찬

공산(空山) 2022. 2. 9. 16:52

   집

   안원찬

 

 

   벽면에 선사시대 벽화처럼 그리고 있는 꽃들, 지진 지나간 것처럼 한쪽으로 무너져가는 봉당, 기울기 시작한 주춧돌, 새는 기둥과 벽 틈새, 삐걱거리는 마루, 탈선하는 미닫이문, 뒤틀린 문짝, 숨 막히는 가스레인지 후드, 녹슨 욕실 환풍기, 온기 잃어가는 보일러, 찢긴 방충망, 각질 일어나는 방범창, 주저앉은 물받이, 이끼와 버섯에 먹히는 처마와 지붕, 피눈물 흘리는 철대문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종합검진 결과표를 내게 담담히 건네주었다

 

 

   ― 『시에, 202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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