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하얀 성(城) - 강신애

공산(空山) 2021. 1. 29. 12:44

   하얀 성()

   강신애(1961~ )

 

 

   저 성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말 걸어볼 사람이 없고 진열장에 든 빵을 살 수 없는 곳, 쌓인 눈을 만질 수 없고 멀리 마주본 두 성의 불빛만 거울 같은 곳, 창 너머 희끗한 하인도 은둔자 같군요. 사계의 성을 숭상하는. 집시들의 노랫소리가 풍문처럼 울려퍼지고 밤새 젖지 않는 신발로 어디든 갈 수 있군요. 암벽 같은 성문이 밤을 갈랐다. 오래 묵은 입술로 하인이 말했다. 어서 오세요, 방마다 이야기가 잠겨 있고 귀가 늘어나는 곳으로, 돌아갈 때는 저 반대편 성으로 나올 거예요. 불확실한 어투처럼 떠도는 입자들 어두운 간격을 몬존히 스미는 눈,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성으로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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