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전동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사람을 보았네
콩밭에 엎드린 머릿수건들과 탁 탁 신발을 터는 흙빛 손과 경운기 짐칸에 덜컹대는 첩첩능선들과
목이 잠긴, 목이 잠겨 가라앉는 시냇물 속에
낯선 별이 하나 떠오르고
팔월의 동서남북이 사라지고
한껏 부푼 덤불들의
더는 깊어지지 않는 웅덩이들의
떨림, 떨림들
발바닥을 핥는 털북숭이 개와 연신 쫑긋대는 귀와 빨래들의 펄럭임과
밝아졌다 흐려졌다 멀어지듯 다가오는 것들을 보았지
그들을 맞이하듯 넓은 이파리를 펼치는 오동나무와
들끓는 달리아 꽃빛들과
거미들의 춤과
순식간에 지나가는 비, 망혼 같은 빗방울들을
—「현대시」2014.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