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떡
전동균
살아남기 위해 옆구리에 상처를 내는
산짐승이다 잠들어서도 떨고 있는
눈꺼풀이다
저녁 눈 위에 쌓이는 밤눈, 첫 잔에 숨이 확 타오르는 독작의 찬 술이다
순장을 당하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려야
간신히 잠드는 날들
객사 창틀에 놓여
얼다 녹다 얼다 녹다
곰팡이가 슨 저것은
파문하라, 나를 파문하라
소리치는 보름달빛이다 그 달빛과 싸우다가
스윽, 제 배를 가르는 오대천 상류의 얼음장이다
아니다, 신성한 경전이고
흑싸리 껍데기고
밤마다 강릉 콜라텍 가는 도깨비 스님이다 가방 속의 가발이다
멀리 있을수록 뜨거운 여자의 살,
살 냄새의 늪이며
이무기의 울음이며
너의 민낯이다, 혀를 차면서도 이 시를 읽고 있는
⸺「미네르바」 2018,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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