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마른 떡

공산(空山) 2018. 10. 21. 08:27

   마른 떡

   전동균

 

 

   살아남기 위해 옆구리에 상처를 내는

   산짐승이다 잠들어서도 떨고 있는

   눈꺼풀이다

 

   저녁 눈 위에 쌓이는 밤눈, 첫 잔에 숨이 확 타오르는 독작의 찬 술이다

 

   순장을 당하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려야

   간신히 잠드는 날들

 

   객사 창틀에 놓여

   얼다 녹다 얼다 녹다

   곰팡이가 슨 저것은

 

   파문하라, 나를 파문하라

   소리치는 보름달빛이다 그 달빛과 싸우다가

   스윽, 제 배를 가르는 오대천 상류의 얼음장이다

   아니다, 신성한 경전이고

   흑싸리 껍데기고

   밤마다 강릉 콜라텍 가는 도깨비 스님이다 가방 속의 가발이다

 

   멀리 있을수록 뜨거운 여자의 살,

   살 냄새의 늪이며

   이무기의 울음이며

 

   너의 민낯이다, 혀를 차면서도 이 시를 읽고 있는

 

 

   ⸺「미네르바」 2018,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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