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까막눈 하느님

공산(空山) 2017. 9. 10. 12:30

   까막눈 하느님

   전동균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산비탈 밭에 나와 이슬 털며 깨단 묶는

   회촌마을 강씨 영감,

 

   성경 한 줄 못 읽는 까막눈이지만

   주일이면 새 옷 갈아입고

   경운기 몰고

   시오리 밖 흥업공소에 미사 드리러 간다네

 

   꾸벅꾸벅 졸다 깨다

   미사 끝나면

    사거리 옴팍집 손두부 막걸리를

   하느님께 올린다네

   아직은 쓸 만한 몸뚱아리

   농투성이 하느님께 한 잔,

   만득이 외아들 시퍼런 못물 속으로 데리고 간

   똥강아지 하느님께 한 잔,

   모 심을 땐 참꽃 같고

   추수할 땐 개좆 같은

   세상에게도 한 잔……

 

   그러다가 투덜투덜 투덜대는

   경운기 짐칸에 실려

   돌아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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