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폭포 근처
전동균
눈 맞으며 서서 죽는 나무들을 보았네
한겨울 가리왕산 얼음폭포 근처
어떤 나무들은
무릎 꿇고
얼어붙은 땅에 더운 숨을 불어넣듯
맨얼굴 부비고 있었네
얼마나 더 싸우고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지복(至福)의 저 풍경 속에 가 닿을 수 있을지
나는 신발 끈을 묶는 척 돌아서서
눈물 훔치고는
이빨을 꽉 물고 내려왔네
빈방에 속옷 빨래들이 널려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