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얼음폭포 근처

공산(空山) 2017. 9. 10. 12:33

   얼음폭포 근처

   전동균

 

 

   눈 맞으며 서서 죽는 나무들을 보았네

 

   한겨울 가리왕산 얼음폭포 근처

 

   어떤 나무들은

   무릎 꿇고

   얼어붙은 땅에 더운 숨을 불어넣듯

   맨얼굴 부비고 있었네

 

   얼마나 더 싸우고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지복(至福)의 저 풍경 속에 가 닿을 수 있을지

 

   나는 신발 끈을 묶는 척 돌아서서

   눈물 훔치고는

   이빨을 꽉 물고 내려왔네

 

   빈방에 속옷 빨래들이 널려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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