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陰) 유월
전동균
쏴아
쏴아
오후 세시에서 네시 사이로 부는 바람
동막 바다 파도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어와도
숨 멎은 듯 흔들리지 않는
시퍼런 이파리들 속에
오래전 죽은 이들의 얼굴이
햇빛처럼 타오르고
계곡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늙은 여자들은
땅속 깊은 뿌리의 세상에서
잠시 외출 나온 듯
아무 말이 없다
길을 잘못 들었을까, 아니면
내 생의 지도가 파본이었을까
정수사를 지났다는데
정수사를 본 적 없다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