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음(陰) 유월

공산(空山) 2017. 9. 10. 12:19

   음() 유월

   전동균

 

 

   쏴아

   쏴아

   오후 세시에서 네시 사이로 부는 바람

 

   동막 바다 파도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어와도

   숨 멎은 듯 흔들리지 않는

   시퍼런 이파리들 속에

   오래전 죽은 이들의 얼굴이

   햇빛처럼 타오르고

 

   계곡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늙은 여자들은

   땅속 깊은 뿌리의 세상에서

   잠시 외출 나온 듯

   아무 말이 없다

 

   길을 잘못 들었을까, 아니면

   내 생의 지도가 파본이었을까

 

   정수사를 지났다는데

   정수사를 본 적 없다

 

 

   —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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