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전동균
6.25동란 중 아버지가 납북된
경상도 상주 땅 어느 집에서는
아침저녁 끼때가 되면 꼭
밥상 위에 아버지의 밥그릇을 올려두었다는데
아이들이 방문을 활짝 열고
“아부지 진지 드시이소”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하는데*
갓 젖을 뗀 막내부터
수염 거뭇거뭇한 큰아이까지
때로는 울먹이며 한마음으로 입을 모아
생사 불명의 아버지를 밥상에 모신 뒤에야
차례차례 얼굴이 비치는
희멀건 죽사발에 숟가락을 꽂았다고 하는데
시가 본디
만물을 제자리에 모시는 간절한 그리움의 말씀이라면
조석(朝夕)으로 밥상 위에 놓이던
주인 없는 밥그릇 하나,
천지사방에 종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부르던
그 막막하고 애절한 목소리야말로
시 아니겠는가
시가 영원히 먹고살아야 할 밥이 아니겠는가
-------------------
*박두연 여사의 수필「아버지의 제사상」에서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