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균

서리가 내렸다

공산(空山) 2017. 9. 10. 12:34

   서리가 내렸다

   전동균

 

 

   때 이른 한파 몰아쳐

   마가목 나무 밑에 찍힌 새 발자국

   하얗게 얼어붙은 아침

 

   살과 뼈를 태우고

   핏속의 암종도 다 태우고

   반 평 흙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얼마나 추우시랴, 그곳은

   진로소주도 없을 테니

 

   황태국에 밥 말아 먹다가

   무언가에 떠밀리듯 숟가락 떨어뜨리고

   아버지 계신 쪽으로

   슬쩍, 더운 국밥 그릇을

   옮겨놓는 아침

 

 

   —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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