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렸다
전동균
때 이른 한파 몰아쳐
마가목 나무 밑에 찍힌 새 발자국
하얗게 얼어붙은 아침
살과 뼈를 태우고
핏속의 암종도 다 태우고
반 평 흙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얼마나 추우시랴, 그곳은
진로소주도 없을 테니
황태국에 밥 말아 먹다가
무언가에 떠밀리듯 숟가락 떨어뜨리고
아버지 계신 쪽으로
슬쩍, 더운 국밥 그릇을
옮겨놓는 아침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
서리가 내렸다
전동균
때 이른 한파 몰아쳐
마가목 나무 밑에 찍힌 새 발자국
하얗게 얼어붙은 아침
살과 뼈를 태우고
핏속의 암종도 다 태우고
반 평 흙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얼마나 추우시랴, 그곳은
진로소주도 없을 테니
황태국에 밥 말아 먹다가
무언가에 떠밀리듯 숟가락 떨어뜨리고
아버지 계신 쪽으로
슬쩍, 더운 국밥 그릇을
옮겨놓는 아침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