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금동반가사유상

공산(空山) 2017. 9. 7. 14:44

   금동반가사유상

   송찬호

 

 

   멀리서 보니 그것은 금빛이었다

   골짜기 아래 내려가보니

   조릿대 숲 사이에서

   웬 금동 불상이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누고 있었다

 

   어느 절집에서 그냥 내다 버린 것 같았다

   금칠은 죄다 벗겨지고

   코와 입은 깨져

   그 쾌변의 표정을 다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한 줄기 희미한 미소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표정의 그것이

   반가사유보다 더 오래된 자세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다

   가야 할 길이 멀었다

   골짜기를 벗어나 돌아보니 다시 그것은 금빛이었다

 

 

   —「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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