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5

'줌 인 아티스트(Zoom in Artist)' 촬영

지난 여름에 나는 대구문화재단의 '2021 문화예술 랜선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인 '지역예술인 영상프로필 제작 지원(줌 인 아티스트)’에 신청을 하고 선정이 되었었다. 시각예술, 다원예술, 전통예술, 음악, 연극, 무용, 문학 등의 분야에서 1, 2차에 걸쳐 60명이 선정되었는데, 문학에서는 신청자가 적었는지 나를 포함하여 둘만 선정되었었다. 6~9분 정도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주는데, 출연료로 예술가 개인에게 20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 시국에 활동이 위축된 예술인들의 생활에 보탬을 주려는 취지인 것 같았다. 예술인들에 대한 영상 촬영은 지난 여름부터 진행되어 왔으나, 나는 지난해 발간한 시집의 시들이 주로 팔공산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팔공산의 단풍이 좋은 때..

텃밭 일기 2021.11.06

도덕산에 오르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도 만연하고 있다. 특히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대구와 경북지역이 심하다. 오늘 아침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를 보면 확진 환자가 밤 사이에 60명이 늘어 총 893명(대구 경북 749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9명이라고 한다. 바이러스가 광범위한 지역사회에 전파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보니 뒷산 산책로에 나가기도 꺼려진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멧돼지 만나기보다 더 겁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어제는 집에서 뉴스만 보겠다는 아내를 두고, 지도를 보고 인적이 드물어 보이는 산을 찾아 혼자 등산을 하였다. 칠곡군에 있는 도덕산(해발 660m)이었는데, 차를 몰고 팔공산 순환도로 서쪽 끝으로 가서 송림사 앞을 지나 '도덕암' 아래에 주차를 하였다..

텃밭 일기 2020.02.25

담장을 허물다

산가의 동쪽 돌담 바로 너머엔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도랑이 있었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도랑의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았고, 거기엔 가재와 산개구리도 많이 살았다. 팔공산에 순환도로가 생긴 뒤부터는 도랑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가재도 사라졌었다. 지난해 이맘때엔 그 도랑의 상류 구간을 구청에서 지름 20cm짜리 플라스틱 주름관을 묻어 복개하였다. 도랑 둑이 무너져 물이 자꾸 새고 낙엽이나 나뭇가지들로 막히니까 아래쪽에서 미나리 등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었던 모양이다. 도랑을 복개할 땐 무척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을에 가구 수가 많았을 적엔 봄이면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도랑을 치는 일이 떠들썩하고 즐겁고 술과 음식이 있는 큰 행사였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들이 없으니..

텃밭 일기 2019.11.29

구절송 전망대에 다시 올라

지난 3월이었던가 보다. 구절송 전망대에 마지막으로 올랐던 것이. 봄과 여름이 왔다가 가고 가을도 다 가려는 오늘, 8개월여 만에 다시 올랐다. 단산지 중간길을 돌아 그곳으로 가는 길목엔 4차 외곽순환도로 공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었는데, 그 도로의 터널 위로 가로지르는 등산로 구간엔 방부목으로 만든 길고도 근사한 계단이 새로 설치되어 있었다. 오르막길에서도 내 걸음은 예전처럼 가벼웠다. 구절송은 여전히 푸르렀다. 지금이야 소나무를 여러 가지 인위적인 수형으로 많이 가꾸지만, 저렇게 오래된 소나무가 아홉 개나 되는 줄기를 한 뿌리에서 고르게 뻗으며 산등성이에 자생하는 예는 흔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땔나무가 귀해서 야산들이 모두 민둥산이 되었던 시절에도 베어지지 않고 살아남아 100살쯤이나 먹었다니 놀라..

텃밭 일기 2019.11.19

빛바랜 단풍

올해의 팔공산 단풍은 그다지 곱지 않다. 산으로 가는 입구, 그러니까 미대마을에서 백안마을까지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그런 대로 나은 편이나 순환도로쪽으로 들어서면 단풍나무와 벚나무들이 단풍도 채 들기 전에 이파리가 갈색으로 말라 오그라진 것이 많다. 아마도 가을 들어 계속된 가뭄 탓인 것 같다. 그리고 유난히 길었던 지난 장마의 영향도 있는 것 같고. 그러고 보니 햇볕, 구름, 바람, 비, 눈, 기온, 안개, 습도, 서리 등의 기후요소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알 만하다. 4년 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 극락이 따로 없구나 싶을 정도로 곱디고왔던 부인사의 단풍도 올해는 그렇지 않다. 선명한 자색으로 물들었던 절 입구의 느티나무, 그 느티나무와 대비가 되던 붉은 살구나무와 노란 벚나무도 구분이 ..

텃밭 일기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