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나는 대구문화재단의 '2021 문화예술 랜선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인 '지역예술인 영상프로필 제작 지원(줌 인 아티스트)’에 신청을 하고 선정이 되었었다. 시각예술, 다원예술, 전통예술, 음악, 연극, 무용, 문학 등의 분야에서 1, 2차에 걸쳐 60명이 선정되었는데, 문학에서는 신청자가 적었는지 나를 포함하여 둘만 선정되었었다. 6~9분 정도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주는데, 출연료로 예술가 개인에게 20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 시국에 활동이 위축된 예술인들의 생활에 보탬을 주려는 취지인 것 같았다.
예술인들에 대한 영상 촬영은 지난 여름부터 진행되어 왔으나, 나는 지난해 발간한 시집의 시들이 주로 팔공산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팔공산의 단풍이 좋은 때에 촬영을 하기로 일정을 잡았었다. 그래서 어제(11월 5일) 오전에 촬영하게 되었는데, 촬염팀으로 PD, 카메라 감독, 코디네이터 등 세 분이 산가에 왔고, 산가 거실에 걸린 '오래된 문짝'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몇 편의 시도 낭송하였다. 그리고 마당의 불두화나무 앞, 동산의 오솔길, 부인사 마당 등에서 촬영을 하였다. '글쓴바우'는 순환도로로부터 등산로를 따라 왕복 3km나 떨어져 있어서 무거운 카메라를 운반하여 촬영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나중에 내가 찍은 사진을 PD에게 보내 주기로 하였다.
인터뷰 문답은 내가 애초에 신청서에 기재했던 내용과, 얼마 전 작가와 내가 전화 인터뷰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가 대강의 초안을 마련해 주었고, 내가 다시 그것을 가다듬어 두었었다. 그런데, 어제 실제로 촬영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하려고 초안을 보지 않고 대답을 했기 때문에, 또한 이런 촬영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없었던 탓에 내가 하고 싶던 얘기를 빠뜨린 부분이 많았다. 아쉬웠지만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다시 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엔 마침 울산서 김교수가 아내와 내가 사용하라고 워킹패드(Walking Pad)를 하나 사 왔는데, 사진 찍기가 취미인 그와 아내와 함께 오늘은 '글쓴바우'에 가서 사진도 찍고, PD에게 추가자료로 보낼 동영상도 찍었다.
제작된 영상은 내년 초에나 나온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어제 촬영 장면을 코디네이터가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 준 것이다. 사진을 보고는 내가 이렇게나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동영상에선 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병색으로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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