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팔공산 단풍은 그다지 곱지 않다. 산으로 가는 입구, 그러니까 미대마을에서 백안마을까지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그런 대로 나은 편이나 순환도로쪽으로 들어서면 단풍나무와 벚나무들이 단풍도 채 들기 전에 이파리가 갈색으로 말라 오그라진 것이 많다. 아마도 가을 들어 계속된 가뭄 탓인 것 같다. 그리고 유난히 길었던 지난 장마의 영향도 있는 것 같고. 그러고 보니 햇볕, 구름, 바람, 비, 눈, 기온, 안개, 습도, 서리 등의 기후요소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알 만하다.
4년 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 극락이 따로 없구나 싶을 정도로 곱디고왔던 부인사의 단풍도 올해는 그렇지 않다. 선명한 자색으로 물들었던 절 입구의 느티나무, 그 느티나무와 대비가 되던 붉은 살구나무와 노란 벚나무도 구분이 어려울 만큼 색이 바래고 말았다. 그리고 나무마다 둥글던 수형도 자라면서 많이 흐트러져 버렸고… 나는 해마다 부인사의 단풍을 보아 왔지만 예전의 그 단풍만큼 고운 단풍을 근년에는 보지 못해서 늘 아쉬웠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으론 저 자연의 풍경도 우리의 삶처럼 한번 지나가고 나면 절정인 때가 다시는 오기 어려운 것인가 싶기도 했다.
부인사의 올가을 단풍과 4년 전의 단풍을 사진으로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단풍이 비교적 고운 구간의 순환도로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 올려 둔다. 이 와중에 산가 마당의 국화와 용담은 그래도 고운 꽃을 오롯이 피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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